단 한 사람을 위한,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하여
어린이문학 작가 이현은 동화를 쓰려면 “어린이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 창작”을 하라고 권합니다. 연령별로 성별로 지역별로 상황별로, 작가는 자기만의 내포독자를 정하고 작품의 기준점으로 삼은 뒤, 그 한 사람의 독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꼬집어 말하지요. 이야기란 “누군가의 눈에 비친 세상”, “누군가의 진실을 통해 보는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한 사람의 어린이 독자에게 들려줄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과 등장인물, 그들이 겪는 사건을 궁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동화 쓰기가 시작되지요. (네이버 책 소개)
동화 쓰는 법.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추천 받아 구매한 책.
분량도 짧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알찬 내용이라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써나가야하는지 감을 얻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450ml 텀블러와 키가 비슷한, 아담한 책 사이즈.
총 19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얇은 책입니다.
얇고 가벼워서, 어디서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다양한 창작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법서이기 때문에 보다 사실성이 느껴지는 작법서였습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동화와 청소년 소설, 창작 이론서 리스트도 나와 있어 더욱 유익한 책입니다.
#슬로, 퀵퀵 슬로
저자는 첫 장에서 탱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탱고를 처음 배울 때 '슬로 퀵퀵 슬로' 라는 스텝부터 시작하여 기본기를 익히는 것 처럼, 다른 예술 또한 스텝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스텝을 능숙하게 익힌 댄서가, 스텝을 엉크는 것은 예술이지만
스텝을 익히지 못한 아마추어의 스텝이 엉키는 것은 탱고도 춤도 아닌, 몸부림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탱고에서 스텝과 같은 글을 쓰기 전 익혀야 할 기본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이야기는 자신이 쓰는 작품을 읽을 '내포 독자'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화는 꼭 어린이만 읽는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창작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실제 독자가 아닌 내포독자"입니다.
동화를 읽고 어른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작가가 글을 쓸 때 타겟으로 하는 독자는 '어린이 독자'이고 그 층위는 상당히 세부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포독자는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독자"입니다.
1학년도 어린이고, 6학년도 어린이지만, 그 차이와 간격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년별로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동화로 나뉘고 있기도 하죠. 그런데, 그렇게 묶기에도 범위가 넓습니다.
학년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학년이 같다 하더라도 성별에 따라, 관심사나 성격에 따라 저마다 모두 다른 어린이입니다.
따라서 창작 과정에서는 "단 한 사람의 어린이 독자를 바라보아야 한다" 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내포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되고 "생명력"을 얻으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고 합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니, 단 하나 밖에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죠.
그 내포독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거나, 주변에 없다면 어린 시절 '나'여도 괜찮습니다.
아니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타겟으로 하는 것도 괜찮다고 합니다.
초점에 따라 이야기의 맥락 또한 달라지는 것처럼 내포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동화의 맥락, 분위기 등이 달라질 것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동화의 독특한 특성은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그러니까 '수신'의 장르"라는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너에게 전하는'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반면 소설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발신의 장르"라고 합니다. 소설의 본질은 전달이 아닌 표현이기 때문이죠.
"소설가도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동화작가도 자신을 표현"하지만 "창작의 무게 중심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소설과 동화는 비슷한 것 같아도 그 성격이 확연히 다릅니다.
그 중 하나는 "소설이 어렵게 느껴지만 독자는 스스로를 의심"하지만, "동화가 어렵게 느껴지면, 그것은 작가가 의심받는 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화는 "어린이 독자에게 가 닿아야 하는"장르 입니다. 어린이 독자층을 염두하고 쓰는 글이라는 점에서, 소설과 가장 다른 특성을 갖고 있죠.
#주인공 #욕망
"나의 내포독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하는 것은 "누구의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의 이야기 중에서도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 중요합니다.
"욕망으로 이야기를 주도하는 인물이 주동인물, 즉 주인공"이고 "주인공의 욕망이 걸림돌과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이 "갈등"입니다.
"주인공을 '문제적 개인' 이라고도 한다"고 하는데요.
"문제적 개인이란, 시대와 불화하는 인물입니다. "시대/정답/주류, 기존의 질서와 모순된 욕망을 품은 인물"이죠.
춘향전에서는 춘향이 신분제라는 시대적 질서에 직접적인 투쟁을 하지 않았지만, "이몽룡의 정실부인이 되기를 욕망"했습니다. "그 욕망 자체가 시대와 불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대의 문제를 내포한 인물" 즉 '문제적 개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욕망이라고 해서, 춘향이처럼 신분제에 대항하는거나, 거대한 욕망만이 욕망은 아닙니다. " 책에서는 이야기에 걸맞은 욕망, 걸맞은 걸림돌이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주인공의 욕망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내포독자의 공감을 사는 것"이죠.
누구에게나 간절한 욕망이 있고, 그럼에도 무릎 꺾게 만드는 걸림돌이 있다. 다만 그것을 인식하느냐 못 하느냐 혹은 드러내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욕심 없고 소심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도 욕망 자체가 아예 없지는 않다.
작가는 인물의 태도를 스케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인물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발견하고 해석하고 그려내야 한다. (p49)
#사건
"이야기가 되려면 인물의 욕망이 걸림돌과 충돌하고 갈등을 일으키며 이야기가 시작될 조건이 형성되고 무르익어야"합니다.
"주인공의 욕망이 걸림돌을 만나 갈등을 겪던 어느 날,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도발적인 사건이 벌어지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놓는다고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다. 욕망과 걸림돌의 갈등이 클수록 극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의 기초 공사, 노둣돌이다. 이야기는 그로부터 생겨난 구체적인 사건이다. 갈등이 시작되고 고조되고 마침내 도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갈등은 형체를 드러낸다. (p76)
#스토리와 플롯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를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예시가 있습니다.
'왕이 죽었다. 며칠 뒤 왕비가 죽었다.' (story)
'왕이 죽었다. 그래서, 왕비가 죽었다.' (plot)
이 두가지의 차이점은 바로 인과관계입니다. 스토리는 사건이 일어난 순서에 따르고, "플롯은 앞뒤 사건이 인과에 따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설정
동화, 소설, 시나리오 등. 이야기를 쓸 때 중요한 것은 사전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이야기를 하느냐가 관건인 만큼, 그 '누구'가 어떤 사람인지 설정해 놓는 작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야기에 대한 뒷조사"
"일종의 길닦기"
인물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설정해 놓으면 글을 쓸 때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사전 정보가 많으니 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개연성 있는 사건을 쉽게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쓸 때 막히는 일이 줄어 들 수 있습니다.
대학 수업 과제로, 스토리를 쓰기 전 인물의 전기를 쓰는 것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인물의 외모적 특성을 비롯하여 가정 환경,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이유, 인물의 취미, 특기, 인물이 좋아하는 것 등등,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전기 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쓰다보니, 인물에 대해 깊게 파고들 수 있었고, 인물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단계를 거치고 작품을 쓰니,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고 그러한 작업을 거치지 않을 때에 비해 훨씬 이야기에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등장인물이나 작품 속 배경, 인물의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놓는 과정이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절정
책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이야기의 시작과 절정만은 미리 계획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쓰는 동안에도 절정을 계속 의식"해야 합니다.
음악에서도 클라이막스 부분이 빨리 기억되고 영화에서도 클라이막스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처럼 정정 부분은 관객 또는 독자들의 기억 속에 작품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부분일 겁니다.
절정에 주제를 담고 있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가장 강력하게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결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그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우리는."
인생이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해낼 거라는 믿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엔 말이야..."
"동화라고 현실을 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층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솔직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내가 믿고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내가 믿지 않는 이야기는 잘 쓸 수도 없습니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권성직악의 이야기나, 교훈적인 이야기,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마무리되는 환상적인 해피엔딩이 동화의 결말은 아니라는 것이죠.
#동화를 쓰려는 분들에게 권하는 동화와 청소년소설 100권에 대한 소개도 나와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많이 읽을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
한정된 시간 안에 책을 읽어야 하니, 좋은 책을 선택하여 읽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야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에 대해 나타나있는 저서. 여러모로 유익한 책.
꼭 동화를 쓰지 않더라도 읽어보면 좋을 작법서입니다.
이현의 '동화 쓰는 법'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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